제 차는 2013년식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입니다. 1년 유지비를 정리해봤더니 815만 원이 나왔습니다. 차값의 45%입니다.
그 글을 올리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그 돈 내고 왜 타세요?’
이 글이 그 질문에 대한 제 답입니다. 작년 9월, 금요일 퇴근하고 바로 삼척 맹방해변으로 떠난 1박 2일 기록입니다.
세 줄 요약
① 디스커버리4는 2열을 접으면 완전 평탄화가 됩니다. 전용 에어매트를 깔면 성인 두 명이 충분히 눕습니다.
② 금요일 저녁 7시 50분 출발, 4시간 달려 밤 12시 도착. 숙박비 0원입니다.
③ 맹방해변은 새벽에도 가로등이 환하고, 하맹방 주차장 입구 쪽 화장실이 쾌적합니다.
목차
- 금요일 저녁 7시 50분, 소시지빵 하나 물고 출발
- 한 달 전 첫 차박은 실패했습니다
- 밤 12시, 맹방해변 도착 — 가로등이 환했습니다
- 디스커버리4는 2열을 접으면 완전 평탄화가 됩니다
- 아침, 트렁크에 누워 바다를 봤습니다
- 차박의 진짜 난제는 화장실과 샤워입니다
- 점심 — 삼척 삼고정문
- 1박 2일, 실제로 든 비용
- 결론: 1년 815만 원의 값어치
금요일 저녁 7시 50분, 소시지빵 하나 물고 출발
저녁 7시 50분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저녁도 건너뛰고 바로 출발하는 강행군이라, 퇴근길에 빵집에서 산 소시지빵 하나를 입에 물고 달렸습니다.
차박의 장점이 여기서 나옵니다. 예약이 필요 없습니다. 금요일 퇴근하고 ‘갈까?’ 하면 그날 밤 바다에서 잘 수 있습니다. 숙소를 잡으려면 몇 주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 짐만 실으면 끝납니다.
쉬지 않고 4시간을 달려 밤 12시가 다 되어 삼척에 도착했습니다. 퇴근 직후의 장거리 운전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 달 전 첫 차박은 실패했습니다

사실 이번이 첫 차박은 아니었습니다. 한 달 전에 한 번 시도했다가 한여름 더위를 못 이기고 새벽에 숙소로 도망갔습니다.
차박을 알아보고 계신다면 이 부분을 꼭 계산에 넣으셔야 합니다. 아무리 큰 차라도 여름밤 차 안은 덥습니다. 시동을 끄면 에어컨이 없고, 창문을 열면 모기가 들어옵니다. 차박의 성패는 장비보다 계절이 먼저 결정합니다.
9월로 날짜를 다시 잡은 건 그 실패 때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이 여행의 8할이었습니다.
밤 12시, 맹방해변 도착 — 가로등이 환했습니다

새벽에 도착한 맹방해변은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예상 밖으로 좋았던 게 하나 있었는데, 가로등이 아주 환했습니다.
차박 장소를 고를 때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캄캄한 곳은 낭만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짐 정리도 어렵고 밤에 화장실 가기도 불안합니다. 맹방해변은 새벽에도 주변이 밝아서 늦게 도착해도 세팅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모래사장 위에 작은 상을 폈습니다. 시간상 현지에서 회를 뜨기는 어려워, 동네 단골 횟집에서 4만 5천 원어치 포장해 온 회를 꺼냈습니다.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회 한 점. 고개를 들으니 별이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4시간 운전한 피로가 그 한 시간에 다 풀렸습니다.
디스커버리4는 2열을 접으면 완전 평탄화가 됩니다
‘디스커버리4 차박’을 검색하시는 분들이 제일 궁금해하실 부분부터 적겠습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단차 없이 완전 평탄화가 됩니다.
여기에 디스커버리4 전용 에어매트를 깔았습니다. 차종에 맞게 나온 제품이라 구석까지 딱 맞고, 푹신해서 바닥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성인 두 명이 나란히 누워도 충분한 공간이 나옵니다.
차박용 SUV를 고를 때 사람들이 트렁크 길이만 보는데, 실제로 중요한 건 접었을 때 단차가 생기느냐입니다. 단차가 있으면 매트를 아무리 두껍게 깔아도 허리가 배깁니다. 디스커버리4는 이 문제가 없습니다.
잠귀 밝은 제가 한 번도 깨지 않았습니다
저는 잠귀가 아주 밝은 편입니다. 차에서 제대로 잘 수 있을까 걱정이 컸습니다. 결과는 밤새 한 번도 깨지 않았습니다.
평탄화와 매트 덕도 있지만 장소 영향도 컸습니다. 맹방해변에 있던 다른 차박 차량들이 전부 매너가 좋았습니다. 새벽에 시동 걸고 공회전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차가 없었습니다.
아침, 트렁크에 누워 바다를 봤습니다
다음 날 아침, 트렁크를 열고 바다를 봤습니다.

제가 차박에 대해 갖고 있던 로망이 정확히 이 장면이었습니다. 눈앞이 전부 바다인 곳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 호텔 오션뷰 객실을 잡아도 창문 너머로 보는 건데, 여기는 발이 밖에 나가 있습니다.
급한 회사 일이 생겨 차 안에서 노트북도 잠깐 켰습니다. 바다를 보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묘하게 기분이 좋더군요.

차박의 진짜 난제는 화장실과 샤워입니다
차박을 해보면 알게 되는데, 제일 큰 문제는 잠자리가 아니라 씻는 것입니다.
화장실 — 맹방해변은 괜찮습니다
맹방해변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쾌적했습니다. 다만 위치를 알아두셔야 합니다.
- 하맹방 주차장 입구 쪽 화장실 — 이용했고 깨끗했습니다
- 상맹방 쪽 화장실 — 당시 사용 불가였습니다
방문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고, 도착하시면 하맹방 쪽부터 확인해보세요.
샤워 — 헬스장 일일권을 끊어봤습니다
보통은 근처 사우나를 가는데, 이번엔 다르게 해봤습니다. 헬스장 일일권을 인당 15,000원에 끊어서 운동과 샤워를 한 번에 해결하기로 한 겁니다.
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는 곳이라 계좌이체로 결제하고 들어갔고, 사람이 없어서 전세 낸 것처럼 운동했습니다. 에어컨이 늦게 켜져서 조금 더웠던 건 아쉬웠습니다.
씻고 나올 때까지는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4시간 운전에 차박에 운동까지 얹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죠.
다음 차박부터는 얌전히 사우나를 가기로 합의했습니다.
혹시 같은 걸 해보실 생각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장거리 운전한 날에 운동까지 하면 그날 오후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인당 15,000원이면 사우나보다 비싸기도 하고요.
점심 — 삼척 삼고정문
오후 2시쯤 갔는데도 웨이팅이 3팀이었습니다. 테이블링 걸어두고 20분 정도 기다려 들어갔습니다.
간장게장 세트와 생선구이 세트를 두고 고민하다 생선구이 세트로 갔습니다. 밑반찬이 한가득 나오고, 솥밥과 함께 생선구이 네 종류가 나왔습니다.
- 생선이 식지 않게 고체 연료로 계속 데워줍니다
- 발라낸 생선 살을 김에 싸 먹으면 좋습니다
- 밑반찬 간이 세지 않고 삼삼합니다
생선 신선도가 좋았습니다. 재방문 의사 있습니다.
1박 2일, 실제로 든 비용
이 블로그는 숫자를 적는 곳이니, 이번 여행에 든 돈도 정리합니다.
| 항목 | 금액 | 비고 |
|---|---|---|
| 숙박비 | 0원 | 차에서 잤습니다 |
| 왕복 주유비 | 약 118,000원 | 아래 계산 참고 |
| 헬스장 일일권 | 30,000원 | 인당 15,000원 × 2명 |
| 회 포장 | 45,000원 | 동네 단골집에서 미리 포장 |
| 점심 (삼고정문) | 기록 안 함 | 영수증을 못 챙겼습니다 |
주유비는 영수증을 챙겨두지 않아서, 제 실연비 9.0km/L로 역산했습니다.
서울 ↔ 삼척 왕복 약 580km 580km ÷ 9.0km/L = 약 64L 64L × 1,849원 = 약 118,000원
여기서 눈여겨볼 건 숙박비 0원과 그 자리를 대신한 샤워값 3만 원입니다.
성수기 주말에 삼척에서 방을 잡으면 최소 10만 원대부터 시작합니다. 차박은 그 10만 원대를 3만 원짜리 샤워로 바꾸는 선택입니다. 숙박·이동·샤워를 다 합쳐 162,000원이었습니다.
결론: 1년 815만 원의 값어치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1년에 815만 원 드는 차를 왜 타느냐.
연비 9.0km/L에 정비비만 277만 원 나가는 차입니다. 숫자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그 숫자는 제가 직접 정리해서 공개했으니 변명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그 돈으로 금요일 밤에 마음먹고 바다에서 자고 올 수 있는 차를 얻었습니다. 예약도, 체크인도, 퇴실 시간도 없습니다. 2열을 접고 매트를 깔면 침대가 되고, 트렁크를 열면 눈앞이 바다입니다.
유지비 815만 원을 12개월로 나누면 월 68만 원입니다. 이런 주말을 몇 번 보내느냐에 따라 그 68만 원의 체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이번 1박으로 그 계산이 조금 유리해졌다고 느꼈습니다.
덧붙이면, 이렇게 낯선 동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일이 늘어난 것도 올해 보험 갱신에서 자차를 빼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밤에 네 시간을 내리 달리는 일이 생기다 보니 엔진오일 주기에도 더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5,000km마다, 정비소와 셀프를 번갈아 가며 갈고 있습니다.
장거리를 뛸 일이 많다 보니 타이어도 앞 2짝을 먼저 갈았습니다. 그때 제가 뭘 모르고 지나갔는지도 그 글에 적어뒀습니다.
다음 차박도 같은 방식으로 기록해 올리겠습니다. 맹방해변 다녀오신 분 있으시면 댓글로 정보 나눠주세요.
이렇게 장거리를 다니다 보면 길 위에서 경고등을 만나기도 합니다. 속초 가는 길에 출력이 빠졌던 날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장거리를 부담 없이 다니는 건, 인수 직후에 손볼 곳을 한 번에 정리해둔 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평탄화가 되는 차를 찾다가 랭글러를 접고 디스커버리4로 온 이야기는 구매기에 적었습니다. 차박이 이 차를 산 이유였습니다.
차를 세워두는 곳에서도 사고는 납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시설물에 트렁크가 찍힌 날의 기록도 따로 적어뒀습니다.
출퇴근 위주로 탈 때 한 달 기름값이 실제로 얼마 나오는지는 디스커버리4 9월 주유 영수증 기록에 있습니다.
전에 타던 랭글러로 차박을 했을 때는 177cm인 제가 발을 접고 누워야 했습니다. 그 비교는 랭글러 JL과 디스커버리4 둘 다 타본 비교에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