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사면 서류 한 묶음을 받습니다. 그 안에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가 있습니다. 체크 표시가 빽빽한 네 면짜리 문서입니다.
저는 계약 전에 이 기록부를 미리 받아서 봤습니다. 주요장치 칸은 거의 전부 ‘양호’였습니다. 그런데 기록부 점검일로부터 26일 뒤에 앞 로워암 2개를 갈았습니다.
기록부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1년이 지나 다시 한 칸씩 읽어보니, 로워암은 기록부에 칸 자체가 없는 부위였습니다. 제 차 기록부 네 면을 펴놓고, 적힌 것과 비어 있는 것과 아예 칸이 없는 것을 나눠서 적겠습니다.
2025년 8월 18일 점검, 주행거리 90,937km. 사고이력 없음, 단순수리 없음. 외판과 골격 19개 부위에 체크된 곳은 없습니다.
주요장치 42칸 중 제 차에 해당하는 칸은 34칸입니다. 33칸이 양호·없음·적정이었고, 자동변속기 ‘오일유량 및 상태’ 1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불량은 0칸입니다.
리콜대상 ‘해당’, 리콜이행 ‘미이행’. 저는 이 표시를 알고 샀고, 아직 리콜을 받지 않았습니다.
점검 26일 뒤인 9월 13일에 갈았던 로워암은 기록부에 칸이 없습니다. 부품 49만 원, 공임 14만 원을 제 돈으로 냈습니다.
목차
- 기록부는 계약 전에 받았습니다: 점검일과 유효기간
- 첫 면: 주행거리 ‘적음’과 사고이력 ‘없음’이 뜻하는 것
- 리콜대상 ‘해당’, 리콜이행 ‘미이행’
- 둘째 면: 주요장치 34칸 중 33칸 정상, 1칸 공란
- 기록부에 칸이 없는 부위: 로워암
- 셋째 면: 타이어 칸이 비어 있는 이유와 특기사항
- 정리: 기록부를 받으면 이 순서로 봅니다
기록부는 계약 전에 받았습니다: 점검일과 유효기간
성능·상태점검기록부는 매매업자가 중고차를 팔 때 사는 사람에게 건네는 문서입니다. 제 기록부 서명란에는 자동차관리법 제58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0조에 따라 성능·상태를 점검했다고 인쇄돼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체크 표시가 아니라 날짜입니다. 제 기록부는 이렇습니다.
| 점검일 | 2025년 8월 18일 |
| 유효기간 | 2025년 12월 15일까지 |
| 기록부를 교부받았다는 확인 서명 | 2025년 8월 25일 |
| 점검 당시 주행거리 | 90,937km |
점검일에서 유효기간 마지막 날까지 세어보면 120일째 되는 날입니다. 성능·상태점검의 유효기간은 120일로 알려져 있고, 제 기록부 날짜도 그 계산과 맞습니다.
날짜를 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록부는 점검한 날의 상태를 적은 문서입니다. 점검일이 오래됐고 그 사이에 차가 많이 움직였다면, 기록부와 지금 차 사이에 틈이 생깁니다.
제 경우는 틈이 작았습니다. 기록부 주행거리는 90,937km이고, 인수할 때 계기판은 90,972km였습니다. 35km 차이입니다.

넷째 면에는 점검 장면을 찍은 사진이 두 장 들어갑니다. 리프트 위에 올린 차의 앞모습과 뒷모습입니다. 사진 속 차가 내가 보러 간 차와 같은 차인지 확인하는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첫 면: 주행거리 ‘적음’과 사고이력 ‘없음’이 뜻하는 것

첫 면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항목 | 제 기록부 |
|---|---|
| 차명 / 연식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 2013 |
| 최초등록일 | 2013년 12월 19일 |
| 검사유효기간 | 2023-12-19 ~ 2025-12-18 |
| 변속기 / 연료 / 원동기형식 | 자동 / 디젤 / 306DT |
| 보증유형 | 보험사보증 (자가보증 칸은 비어 있음) |
| 주행거리 및 계기상태 | 양호, 적음 (90,937km) |
| 배출가스 | 매연 6% |
| 튜닝 / 특별이력 / 용도변경 | 없음 / 없음 / 없음 |
| 색상 / 주요옵션 | 공란 |
| 리콜대상 / 리콜이행 | 해당 / 미이행 |
| 사고이력 / 단순수리 | 없음 / 없음 |
| 외판·주요골격 19개 부위 | 체크 없음 |
주행거리 ‘적음’
주행거리 칸은 많음, 보통, 적음 셋 중 하나에 체크합니다. 제 차는 ‘적음’입니다.
계산해 보면 수긍이 갑니다. 최초등록 2013년 12월부터 점검일까지 11년 8개월이고, 그동안 90,937km를 달렸습니다. 한 해 평균 약 7,800km입니다. 참고로 저는 인수하고 1년 동안 16,700km를 탔습니다. 그 전까지의 한 해 평균보다 두 배 넘게 탄 셈입니다.
다만 ‘적음’은 덜 달렸다는 뜻이지,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9만 km대였던 이 차에서 제가 처음 갈았던 부품이 로워암이었습니다.
사고이력 ‘없음’
사고이력 칸이 ‘없음’이라고 해서 판금이나 교환이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셋째 면 유의사항에 기준이 적혀 있습니다.
- 사고이력으로 적는 것: 주요 골격 부위를 판금, 용접수리, 교환한 경우. 쿼터패널, 루프패널, 사이드실패널은 절단하거나 용접했을 때만 사고로 표기합니다.
- 단순수리로 적는 것: 후드, 프론트펜더, 도어, 트렁크리드 같은 외판 부위와 범퍼의 판금, 용접수리, 교환. 사고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고이력 없음’ 옆의 ‘단순수리’ 칸과 그 아래 부위별 체크를 같이 봐야 합니다. 제 기록부는 사고이력 없음, 단순수리 없음이고, 외판 8개와 주요골격 11개 부위 어디에도 체크가 없습니다.
색상과 주요옵션 칸이 비어 있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표 제목에 ‘매수인이 자동차가격조사·산정을 원하는 경우에만 적습니다’라고 쓰여 있고, 제 기록부는 가격조사·산정을 선택하지 않은 기록부입니다.
리콜대상 ‘해당’, 리콜이행 ‘미이행’

종합상태 표의 맨 아래 줄입니다. 튜닝, 침수, 렌트 같은 굵직한 항목 밑에 있어서 지나치기 쉬운 자리입니다.
제 기록부는 리콜대상 ‘해당’, 리콜이행 ‘미이행’입니다. 리콜 대상 차량인데 점검일까지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표시를 알고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리콜을 받지 않았습니다.
기록부가 알려주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어떤 리콜인지는 기록부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셋째 면 유의사항에 리콜에 관한 사항은 자동차리콜센터(www.ca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돼 있을 뿐입니다.
추가(2026년 10월): 차량번호로 조회해보니 이 ‘미이행’은 2025년 7월에 시작된 분리식 토우볼 리콜이었고, 엔진 리콜 2건은 이미 완료돼 있었습니다. 조회 결과는 디스커버리4 리콜 조회 글에 정리했습니다.
매물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계약 전에 이 줄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미이행’이면 어떤 리콜인지 조회하고, 파는 쪽에 물어볼 수 있습니다.
둘째 면: 주요장치 34칸 중 33칸 정상, 1칸 공란

둘째 면은 ’14. 주요장치’입니다. 세어보니 42칸입니다. 이 중 수동변속기 4칸, 클러치 1칸, 전기차용 고전원 전기장치 3칸은 자동변속기 디젤차인 제 차와 상관이 없어서 비어 있습니다. 남는 건 34칸입니다.
| 장치 | 칸 수 | 제 기록부 |
|---|---|---|
| 자기진단 (원동기, 변속기) | 2 | 2칸 양호 |
| 원동기 (작동상태, 오일누유 3곳, 오일유량, 냉각수누수 3곳, 냉각수 수량, 커먼레일) | 10 | 10칸 양호·없음·적정 |
| 자동변속기 (오일누유, 오일유량 및 상태, 작동상태) | 3 | 2칸 없음·양호, 1칸 공란 |
| 동력전달 (등속조인트, 추진축 및 베어링, 디퍼렌셜기어) | 3 | 3칸 양호 |
| 조향 (작동오일 누유, 펌프, 기어, 조인트, 고압호스, 타이로드엔드 및 볼조인트) | 6 | 6칸 없음·양호 |
| 제동 (마스터실린더 오일누유, 브레이크 오일누유, 배력장치) | 3 | 3칸 없음·양호 |
| 전기 (발전기, 시동모터, 와이퍼모터, 실내송풍모터, 라디에이터팬모터, 윈도우모터) | 6 | 6칸 양호 |
| 연료 (연료누출) | 1 | 1칸 없음 |
| 합계 | 34 | 정상 33칸, 공란 1칸, 불량 0칸 |
불량, 누유, 미세누유, 부족에 체크된 칸은 하나도 없습니다. 참고로 유의사항에 따르면 미세누유는 오일이나 냉각수가 해당 부위에 비치는 정도, 누유는 맺혀서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유일한 빈칸: 자동변속기 오일유량 및 상태

34칸 중 딱 한 칸이 비어 있습니다. 자동변속기의 ‘오일유량 및 상태’입니다. 바로 윗줄 오일누유는 ‘없음’, 아랫줄 작동상태는 ‘양호’인데 이 줄만 적정, 부족, 과다 어디에도 체크가 없습니다.
왜 비어 있는지는 기록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유는 모릅니다.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빈칸은 양호가 아닙니다. 좋다는 것도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기록부가 말해주지 않은 칸입니다.
저는 인수 후 첫 정비에서 미션오일을 갈았습니다. 이 빈칸 때문은 아니었고, 전 주인이 언제 갈았는지 알 수 없어서였습니다. 그 내역도 아래에서 소개할 초기 정비 명세서에 들어 있습니다.
기록부에 칸이 없는 부위: 로워암
둘째 면의 대분류를 다시 보면 자기진단, 원동기, 변속기, 동력전달, 조향, 제동, 전기, 고전원 전기장치, 연료입니다.
현가장치, 그러니까 서스펜션은 없습니다. 로워암, 쇼크업소버, 에어서스펜션이라는 단어는 기록부 네 면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디스커버리4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에어서스펜션도 이 문서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제가 돈을 쓴 곳이 바로 거기였습니다. 차를 받고 나서 연석을 넘을 때 앞쪽에서 텅텅 소리가 났고, 보증 점검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정비사가 앞 로워암을 짚었습니다. 2025년 9월 13일에 로워암 2개를 갈았습니다. 부품 49만 원, 공임 14만 원입니다(부가세 별도).
조향 칸에 ‘타이로드엔드 및 볼조인트’라는 항목이 있긴 합니다. 제 차는 그 칸이 ‘양호’였습니다. 정비소에서 짚은 건 로워암이었고, 보증 대상이 아니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보증은 30일 또는 2,000km, 범위는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셋째 면 유의사항에 보증에 관한 내용이 인쇄돼 있습니다. 제 기록부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기록부 내용이 거짓이거나 틀려서 실제 성능·상태와 다르면, 매매업자와 점검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돼 있습니다.
- 보증기간은 자동차 인도일부터 30일, 보증거리는 2,000km이고, 둘 중 먼저 도래한 것을 적용합니다.
- 보증 범위는 국토교통부 고시인 ‘자동차성능·상태점검자의 보증범위’에 따릅니다.
제가 읽기로 이 보증은 기록부에 적힌 내용이 실제와 다를 때 작동합니다. 칸이 없는 부위는 다르다고 따질 내용부터가 없습니다.
저는 계약 전에 기록부는 봤지만 보증 범위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하부 점검도 하지 않았습니다. 로워암과 함께 갈았던 것들까지 합친 전체 내역 193만 원은 초기 정비 명세서를 공개한 글에 항목별로 올려뒀습니다.
셋째 면: 타이어 칸이 비어 있는 이유와 특기사항

셋째 면 위쪽은 ‘자동차 기타정보’입니다. 외장, 내장, 광택, 룸크리닝, 휠, 타이어, 유리, 기본품목 칸이 있습니다. 제 기록부는 전부 비어 있습니다.
빠뜨린 게 아닙니다. 표 제목에 ‘이 항목은 매수인이 자동차가격조사·산정을 원하는 경우에만 기재합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가격조사·산정을 선택하지 않으면 타이어 상태는 기록부에 남지 않습니다.
저는 타이어 잔량을 보지 않고 샀습니다. 그리고 인수 후에 앞 타이어 2짝을 54만 원에 갈았습니다.
그 아래 ’15. 특기사항 및 점검자의 의견’에는 두 가지가 적혀 있습니다.
- FRP 또는 비금속 탈부착 가능 부품은 점검사항에서 제외되고, 중고차 특성상 부분적인 부식, 판금, 도색은 있을 수 있다는 문구
- ‘국토부 정비이력 있음’
첫 번째 문구는 기록부가 보지 않는 범위를 한 번 더 적어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정비이력이 조회된다는 표시로 읽히는데, 어떤 정비였는지는 기록부에 없습니다. 유의사항에는 자동차365(www.car365.go.kr)에서 정비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오른쪽 위에는 360,500이라는 숫자가 인쇄돼 있습니다. 무슨 숫자인지 기록부에는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제 이전비 내역서의 성능보증료가 360,500원으로 같은 숫자입니다. 이전비 전체는 구매기와 이전비 내역서 글에 적었습니다.
정리: 기록부를 받으면 이 순서로 봅니다
| 구분 | 제 기록부 | 결과 |
|---|---|---|
| 적혀 있는 것 | 사고이력·단순수리 없음, 주요장치 33칸 정상 | 점검일 기준의 기록입니다 |
| 비어 있는 것 | 자동변속기 오일유량 및 상태, 타이어를 포함한 기타정보 | 빈칸은 양호가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것입니다 |
| 칸이 없는 것 | 서스펜션 (로워암, 쇼크업소버, 에어서스펜션) | 로워암 2개 49만 원, 공임 14만 원 |
| 표시만 있는 것 | 리콜 미이행, 국토부 정비이력 있음 | 내용은 따로 조회해야 합니다 |
- 점검일과 유효기간, 주행거리부터 보세요. 기록부는 점검한 날의 상태입니다. 기록부 주행거리와 지금 계기판 숫자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합니다.
- 종합상태 맨 아래 리콜 줄을 보세요. ‘미이행’이면 자동차리콜센터에서 어떤 리콜인지 조회하고, 계약 전에 물어봅니다.
- 체크된 칸보다 빈칸을 찾으세요. 내 차에 해당하는 항목인데 체크가 없다면, 왜 비어 있는지 점검자나 딜러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 서스펜션과 타이어는 기록부 밖입니다. 시운전 때 방지턱과 요철을 넘어보고, 타이어는 직접 봅니다. 하부는 리프트에 올려 보거나 전문가를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첫 번째 매물에서만 전문가를 불렀고, 정작 산 차는 하부를 안 봤습니다.
- 보증 범위는 계약 전에 확인하세요. 30일 또는 2,000km라는 기간보다, 어떤 부품이 대상인지가 먼저입니다.
제 기록부에 틀린 칸이 있었다고 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제가 돈을 쓴 로워암과 타이어는 기록부가 처음부터 다루지 않는 부위였습니다. 기록부는 읽을 가치가 있는 문서이고, 다만 그 문서가 말하지 않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고 읽어야 합니다.
전문가를 불러서 본 매물이 궁금하시면 카바조 출장 검수 후기를, 이 차의 지금 상태가 궁금하시면 종합검사 진단서를 공개한 글을 보시면 됩니다.
※ 이 글은 2025년 8월 18일에 점검한 제 차 한 대의 기록부를 읽은 것입니다. 기록부 서식과 보증 범위는 바뀔 수 있으니, 보증 범위와 기간은 본인이 받은 기록부와 국토교통부 고시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의 차량번호, 차대번호, 문서번호, 서명, 업체명은 가렸습니다.


